21장: 한 시간 드라이브

어머니가 홀로 되시고, 많은 시간을 같이 해 드리느라 1년가량 특별히 어디 멀리 나가지 못했다. 연말이 가까와 지던 어느 날 어머니도 많이 건강해 지셨고, 나도 어느 정도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듯 했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 한 구석의 미안함 이랄까, 돌아가시기 몇일 전 병운안 가다 말다툼을 하고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오신 분을 레돈도비치에 데리고가 식사를 해야했던 일이 가끔 떠올랐다. 이제는 좀 자유로워 질 때가 된거 같아 어머니를 모시고 제일 먼저 바로 그 레돈도 비치로 갔다. 피어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관광객 인 듯한 한국 사람이 보이 곤 한다. 어머니와 회덮밥을 먹으러 갔다. 바로 그 날 먹었던 곳인데, 어머니를 보시더니 나이를 물어 보신다.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가 맛있었다고 하셔서 앞으로 자주 바람쐬러 가자고 했다.

게티빌라에 가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하도 오래 전에 와서 기억이 가물한데, 방문객이 꽤 많았다. 어머니가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 내가 가 본데 다 모시고 간다고 하고, 가 본 식당도 다 모시고 간다 했다. 그뒤로 헌팅턴 라이브러리, 데스칸소가든, LACMA 나는 학창 시절에 다 가 봤지만 어머니와 안 가봐서 돌아가면 방문했다. 음식점도 한식집부터 모던한 프랜차이즈까지 가 보고, 식사 후 어머니가 커피한잔 하자 하시면, 커피집을 찾아 가 어머니 한잔 사 드렸다. 그나마 아버지한테 못 해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듯하다. 재미있는 건 돈없던 학창시절 가던 비프볼집에 가서 먹는데, 어머니는 거의 안드시는데, 내가 후루룩 몇 분 안에 다 먹으니까 막 웃으시는데, 그냥 "웃기잖아"라고 하신다. 그리고 흑인들이 많았던 한 맥도날드에서 먹을 때는 "넌 돈 많이 벌겠다."라고 하시는데, 그 자세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맨하탄비치, 산타모니카 그리고 마리나 델레이가 1시간 이내 거리라 자주 갔는데, 이 곳 저곳 새로운 음식점과 카페를 찾아서 갔다. 어머니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면 모두 친절하게 대하고 손을 흔들고 인사한다.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나갈 때 마다 "오늘 어디가?"하시며 기대를 하신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남쪽으로는 라구나비치까지 북쪽으로는 웨스트레이크 빌리지까지 가서 식사하고 오곤 했다. 어머니가 많이 건강해 지셨다. 멀리갈때도 주무시지않고 내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더 함께 해 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가끔은 가족들과 식사 하러 가셔도 음식을 잘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