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나무밑 휴식처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여행을 갔다 오라고 하신다. 몇일 전에 부조를 같이 하자고 하셔서 생각보다 큰 액수인데, 마련해 드렸더니 전해주고, 기분좋은 소리를 들으신 듯 하다. 원래 하루 일정으로 북가주 쪽에 가 보기로 한 두 곳을 가기로 했었다. 단풍을 보기에는 너무 이른 초가을이고 날씨가 계속 80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 되어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올해 꼭 단풍을 볼 만한 장소로 브리지포트를 소개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곳으로 향했다. 겨울과 여름에 자주 올라가던 395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을에는 처음 올라가 보았다. 한참을 올라와서 단풍이 멋 있단다는 실버레이크에도 아직 가을이 무르 익지 않았지만,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정박된 배들이 주위의 가을 정취와 잘 어울렸다.

조금 더 올라가자 예상 단풍 목적지인 브리지포트가 나왔다. 알록달록한 색들이 쭉쭉 하늘로 향한 풀들에 물들어 걷고 있으면 온 몸에도 물들어 질 듯하다. 드 높게 푸른 하늘과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한 브리지포트의 가을 색채가 벌써 가을의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다. 인요 카운티, 모노 카운티의 시에라 이스트의 가을은 겨울 경치만큼 가을의 색채가 아름답다. 캘리포니아에서 겨절의 변화로 기분 전환하기에는 적소인 것같다. 다음날 소샬리토에 가기로해서 근처 새크라멘토에서 일박을 했다.

지난 번 회사에서 동료가 휴가 때 소샬리토에 자주 간다고 한 번 가보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천 해 주고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가 본 사람의 반응이 괜찮아 이 기회에 가기로 했다. 금문교로 가는 다리를 지나자 마자 나오는 나들목으로 내리면 바로 나오는 해안 도시이다. 언덕위에 몰려있는 집들의 모습이 유럽풍을 느끼게 하고,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도시내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베이지역에 있는 공원에서 커다란 나무밑 그늘의 벤치에 앉아 바다정취를 느끼는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이 이 도시의 조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항상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마다 금문교를 어디서 카메라에 담아 볼까 하는데, 지난 번에는 Marin Headland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Presidio Overlook으로 가 보았다. 여기 올 때 마다 느끼는 건데, 금문교에 항상 해무가 걸쳐저 있는 모습은 신기하다. 중심잡기 힘들 정도의 날아갈 듯한 강한 바람은 사철 어느 때나 마찬가기 인가 보다. 미국 처음 왔을 때 여름에 금문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아주 짧은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때는 어려서 추위를 별반 느끼지 못 했던거 같다. 돌아가는 길에 들린 빅서에서는 석양이 지고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석양을 뒤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름답게 지는 석양처럼 새로운 생기를 불러 일으켜 주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