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쓰나미

주 경계선을 넘어 처음 방문한 오레곤 주. 해안선으로 경계를 정하지는 않았을텐데, 오레곤 해안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비해 상당히 독특한 점이 있다. 비, 바람 그리고 커다란 돌섬들이 참 많다. 파도의 크기도 해안을 집어 삼킬 듯하다. 비가 계속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첫 도착지 골드비치에 근방 호텔에서 1박을 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방을 히터로 뎁혀놓으니까 몸이 노곤해 져서 금방 잠이 왔다. 아침에 호텔을 나왔을 때는 비는 멈춰 있었다. 하지만 밖의 바람의 강도는 상당했다. 밤새 내린 비에 풀들은 더 푸른 푸른해 보였고, 생기가 있었다. 여기는 그 흔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보기 힘들었다. 한 개인 음식점에 들어가 오믈렛에 오렌지 쥬스을 오더했다. 아시안 사람들이 잘 못봐서 그런지 신기한 듯 바라봤다. 식사하러 온 다른 몇 가구는 단골인 듯하다 주인과 반가운듯 이야기 한다. 음식은 먹을만 했다.

식사를하고 나와 얼마가지 않아 플로렌스라는 지역에서 쉬어갔다. 바다 저 편으로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한 잡지에서 노을길의 등대를 멋있게 찍어놓은 사진을 본 일이 있는데, 바로 그 등대였다.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으로 다가왔다.계획을 했었더라면 들렸을텐데, 다음 여정이 있어 지나치게 되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얼마를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뉴포트가 나왔다. 캘리포니아나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는 부유촌이었던 반면 오레곤의 뉴포트는 그에 비해 상당히 수수했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쓰나미에 관한 박물관이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의 큰 쓰나미는 200여년전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주기적인 쓰나미가 해안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은 듯 하다.

한참을 올라가서 가장 낭만적인 해안인 캐넌비치가 나왔다. 큰 파도소리가 가슴속 깊이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절벽위에 지어진 집이 조금은 외로워 보이지만, 오랜시간 이곳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터줏대감처럼 보인다. 흔뿌리는 비로 해안가 앞에 있는 나무벤치는 실제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젖어있었지만, 카메라에 담긴 모습에는 손자와 함께하는 할아버지가 오래전 이곳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하다. 바람이 상당히 불어왔다. 카메라에 담긴 해안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연방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이번에 바꾼 아이폰에도 배경화면으로 이 해안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거의 와싱턴 주 경계까지 올라갔을 때 시사이드라는 도시가 나왔다. 캐넌비치와 또 남쪽의 다른 해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굉장히 수수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처음 눈에 띄는 건 곳곳에 붙어 있는 에스프레소 간판이었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도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데, 여기 사람들은 더 진한 에스프레소 샷을 즐기는 것 같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레곤 최북단 바닷가인 아스토리아가 나오는데, 그 쪽으로 향하다가 몇 마일 앞둔 도로에서 포틀랜드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잠깐의 고민 후 포틀랜드로 방향을 돌렸다. 이틀을 거의 종일 바닷가에서 보내다 보니 산으로 향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흐린 날이라 금방 어둑해져 대도시에서 먼저 저녁식사를 하는게 몸에도 좋을 듯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