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하고 나와 얼마가지 않아 플로렌스라는 지역에서 쉬어갔다. 바다 저 편으로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한 잡지에서 노을길의 등대를 멋있게 찍어놓은 사진을 본 일이 있는데, 바로 그 등대였다.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으로 다가왔다.계획을 했었더라면 들렸을텐데, 다음 여정이 있어 지나치게 되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얼마를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뉴포트가 나왔다. 캘리포니아나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는 부유촌이었던 반면 오레곤의 뉴포트는 그에 비해 상당히 수수했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쓰나미에 관한 박물관이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의 큰 쓰나미는 200여년전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주기적인 쓰나미가 해안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은 듯 하다.
한참을 올라가서 가장 낭만적인 해안인 캐넌비치가 나왔다. 큰 파도소리가 가슴속 깊이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절벽위에 지어진 집이 조금은 외로워 보이지만, 오랜시간 이곳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터줏대감처럼 보인다. 흔뿌리는 비로 해안가 앞에 있는 나무벤치는 실제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젖어있었지만, 카메라에 담긴 모습에는 손자와 함께하는 할아버지가 오래전 이곳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하다. 바람이 상당히 불어왔다. 카메라에 담긴 해안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연방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이번에 바꾼 아이폰에도 배경화면으로 이 해안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거의 와싱턴 주 경계까지 올라갔을 때 시사이드라는 도시가 나왔다. 캐넌비치와 또 남쪽의 다른 해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굉장히 수수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처음 눈에 띄는 건 곳곳에 붙어 있는 에스프레소 간판이었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도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데, 여기 사람들은 더 진한 에스프레소 샷을 즐기는 것 같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레곤 최북단 바닷가인 아스토리아가 나오는데, 그 쪽으로 향하다가 몇 마일 앞둔 도로에서 포틀랜드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잠깐의 고민 후 포틀랜드로 방향을 돌렸다. 이틀을 거의 종일 바닷가에서 보내다 보니 산으로 향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흐린 날이라 금방 어둑해져 대도시에서 먼저 저녁식사를 하는게 몸에도 좋을 듯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