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바라보는 1번 도로로 진입하면서 도로 오른 편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은 회색구름과 차 밖으로 강하게 부딪히는 거센바람 그리고 그 와중에 해변에서 친구들과 비를 맞고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순간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어린시절 흑백티비로 보던 블랙앤 화이트의 장면이었다. 고전적이면서 운치가 스며있었다. 바람이 하도 세게 불어서 모자를 붙잡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고, 세워놓은 카메라 스탠드는 굴러 돌아다니기 일수였다. 가지고 나온 우산은 완전히 뒤로 꺽여져 막는 비보다 맞는 비가 더 많았다. 아무래도 더 나아가기는 무리가 있어보여 차로 돌아와 차속에서 빗속의 해변을 감상했다. 커피를 잘 안 마시지만, 지금 이순간에서 따뜻한 커피향이 생각이 났다.
캘리포니아 최북단 크레슨트 시티로 들어섰다. 오레곤 주 경계까지 몇 마일 남지 않은 곳이다. 계속 흩뿌리는 비로 윈도우 와이퍼는 쉬지 않고 돌아갔고,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은 모두 흑백사진이었다. 차 유리에 서린 허연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히터를 틀었다. 몸이 따뜻해 져서 좋긴한데, 습기제거가 더디였다. 하는 수 없이 창문을 약간 열고, 에어콘모드로 바꾸었다. 습기는 금방제거 되었다. 쌀쌀하다 못해 추운느낌이 들어 잠깐 쉬어가야 할 듯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가 흩뿌리는 흑백사진 속의 해안의 모습은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비바람이 잦아 들자 국경 쪽으로 향했다. 시간 상 거리 상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지만, 오레곤 주경계를 넘어서 나온 해안의 모습은 비를 맞아 푸른 푸른한 싱그러움이 담겨있는 경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