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바람불어 좋은 날

어머니가 아프시다. 병원에서 몇 주를 일어나지 못하시더니, 다시 회복이 되셨다. 안심이 되긴 했지만 오래 앉아 계시지 못하신다. 내가 하는 말에 반응을 하시는 것을 보면 다행이긴 하지만, 앉혀 드리면 피곤하신지 금방 주무신다. 처음 의식이 없으셨을 때는 금방이라도 아버지 한테 가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5개월째 병상에 계신다. 오히려 어머니가 푹 주무시는 모습이 편해 보일 때가 있다. 깨신 어머니 한테 벌써 5개월 버티셨다고 어머니 정신력이 대단하시다는 말씀을 드리곤 한다. 나도 본받아야 할 듯하고, 때론 큰 힘이 된다. 소셜워커와 RP를 가족들에게 인계하고, 차를 몰고 정처없이 올라갔다. 

전에 북미 서부지역에서 중에서 운전하고 가지 못했던 샌프란시스코 북쪽 위로 200마일의 해안도로를 가보기로 했다. 90년대 유학하는 친구를 만나러갔던 스탠포드 대학교를 먼저 방문했다. 당시 친구 기숙에만 머물고 가 별 기억이 없었고, 지난 팬더믹기간에 온라인으로 스탠포드에서 3개의 certificate를 마쳐서 방문하고 싶었다. IoT, School of Medicine 그리고 GPT3 과정을 공부했다. IoT 과정을 끝냈을 때, 학교에서 Battery 과정을 하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IoT 공부하고, 직접 프로젝트로 멜로디시계, 움직이는 드론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방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휠체어 디자인을 구상해 보았는데, 하다보니, 가장 큰 문제가 배터리의 성능과 얼마나 오래가느냐 였는데, 학교에서도 같은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배터리과정의 코스와 스케줄을 보내왔었다. 학교가 너무 이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관광객들과 주변 지역의 사람들이 와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가 지면서 노을이 지고, 반대편으로는 무지개가 떠올랐는데, 모두가 반가운 표정이다. 한 백인 노신사가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이쪽에는 무지개, 저편에는 노을진거 다 봤어?"라고 기분 좋게 말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바람이 많이 분다. 모두가 두툼한 외투를 입고 나와 구경하는데, 바람에 날아갈 듯하다. 하늘의 구름은 움직임이 쉽게 감지될 정도로 빠르다. 금문교를 건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번 내렸던 소살리토는 그냥 지나가고 대신 Muir Wood 부터 틈틈히 쉬면서 올라갔다. 남가주 해안과는 많이 달랐고, 오히려 기이한 오레곤 코스트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Marin County와 Mendocino County로 갈 수록 외딴지고 가파를 절벽이 만들어져 있다. Casper와 Little River를 지날때는 도로에 살짝 안개가 껴서 운전하는데, 조심스러워졌다. 왜 이 지역을 봄에 드라이브하기가 좋다는 걸 알 듯했다. 드디어 Fort Bragg의 Glass Beach에 도착했다. SNS에 올라 온 사진에는 사파이어, 에메랄드 그리고 루비빛를 내는 돌들이 가득한데, 실제로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늦은 오후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캘리포니아보다 오레곤에 온 듯하다.

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으로 가기 위해 레딩으로 향했는데, 잊고 있었는데, 레딩은 오레곤 코스트로 갔을 때 드라이브 시작점이다. 레딩에서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을 지나 오레곤 주 경계로 올라갔었다.  Lassen County를 다녀 온 후 Half Moon Bay와 Pigeon Point Lighthouse를 드렀다. 서부해안 중에 유일하게 내가 운전해서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드디어 바하캘리포니아에서 브리티시 콜럼비아까지 이어지는 서부해안의 모든 곳의 로드트립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드는 곳은 시애틀을 비행기로 가서 시작해서 와싱턴 주와 오레곤 주의 경계를 직접 넘지 않은 것과 디아블로 전력소에 있는 Port San Luis Lughthouse를 올라가지 못한 건데 그래도 미국 이민와서 생활한 시간동안 서부에서의 움직임을 로드트립으로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