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새로운 시작

요즘은 예전 보다 빨리 돌아가는 시계가 주위의 변화를 금새 느끼게 한다. 벌써 가을로 접어 든다. 올 일년 여러 가지 시도해 보려했지만, 제대로 결과를 이루어 낸 것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이제는 별반 마음이 조금하지 않다. 예전만큼 간절함을 잃어버려서 그런지, 아니면 일생을 달관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또 다시 새로 시작해야하는 시점에 서 있는 듯하다. 왠지 서먹해진 옛친구들과의 관계도 애써 바로 잡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고, 단지 기회가 되면, 그때 그 친구가 왜 그랬을까에 대한 답 정도를 듣고 싶을뿐이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느즈막히 일어나 학창시절 어머니가 직접 갈아주시던 당근 주스를 직접 만들었다. 당근, 샐러리 그리고 사과를 잘 씻고 썰어 같이 갈았다. 어린 시절에는 몸에 좋다하여 억지로 들었었는데, 사과를 넣어서 그런지 이젠 익숙해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어머니는 다른 푸른 채소를 더 넣으셨다한다. 건강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것이 더 나을 듯했다. 

얼마 안되 또 아침을 준비해 봤다. 버섯, 양파, 피망과 감자를 짤 썰어 볽고 계란 지단을 만들어 그 위에 부었다. 그리고 반으로 포갠뒤 치즈를 어느 정도 열에 녹을 정도 두면 오믈렛이 만들어 졌다. 잼바른 토스트한 빵과 오렌지 주스에 근사한 아침 식사가 되었다. 시간이 남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차를 몰고 남쪽으로 향했다. 1번 도로를 따라 남가주의 한적하고, 깨끗한 바다가 이어졌다. 보통 라구나까지 내렸갔다 얼라오는데, 오늘은 그냥 정처없이 더 내려가 보았다. 생클라멘티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더 내려갔다. 샌디에고 카운티까지 들어갔을 때 오션사이드가 나왔다. 샌디에고 갈 때 항상 지나던 곳이었지만 내리기는 처음 이었다. 별반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작고 조용한 피어였다. 피어를 걷고 있으니 바닷 바람의 향기가 다가오는 듯하다.

더 내려갈까 하다 늦게 시작한 하루라 벌써 늦은 오후가 되서 북쪽으로 다시 올라 갔다. 항상 이 곳을 갈 때마다 들리는 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처음으로 바닷가 아래까지 내려갔다. 해가 뉘였뉘였 지는 해변에는 많은 연인들이 있었고, 붉은 노을과 함께 해변의 로맨틱한 무드는 무르익어 갔다. 신고간 샌들을 모래 사장에 두고 맨발로 바다 앞까지 나아갔다. 차가운 파도가 발목까지 차 올랐다. 주위에 연인들이 모래 사장위해 커다랗게 연인들의 이름을 적어가면 하트와 I Love You를 새겨 넣었다. 나도 한 구절을 적기로 했다. 최근에 읽은 한 책의 제목에서 따와 오늘 이 순간 부터 이 곳 Crystal Cove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To Cove and Beyond"라고 적어 보았다. 새운은 시작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