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시작과 끝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학창시절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시험이 끝나면 끝이다"라는 믿음이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결과가 기대밖이면 다시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끝은 자유로움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일을 끝마치게 되면 긴장이 풀려 휴식과 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이나 계획자체를 즐기기 보다 성취가 목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그에는 감당할만한 에너지가 딱 계획에 맞추어진 듯하다. 항상 체력이 뒷바침이 되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에 필요한 노력이 좀 부족한 듯하다. 가끔은 운동 신경이 좋아 빠른 성장만 하는 것 보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요즘은 부모님을 생각할 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당연시 여기던 일도 지금 돌아 보면 부모님이 얼마나 자식을 생각하시는가를 알수 있을 듯하다. 물론 자식이 없어 부모의 심정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겠지만, 가끔은 부모님을 생각할 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민울 생각중인 한 친구가 이야기 하다가 "너는 어떻게 이민을 생각을 했니?"라고 묻기에 "나야 부모님이 이민 오셨으니까 따라 왔지."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너희 부모님이 대단하시다."라고 말하는데, 왠지 이 친구가 이민 준비가 잘 안되는 듯 보였다. 아무튼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 원서를 아버지께 보여드리면서 서울대 공대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우리 미국에 가자"라고 말씀하실 때는 왠지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돤거 같아 서운했고, 아파서 몇 일 결석을 해 3년 개근도 못하게 됐었는데, 이제 생각하면 그로인해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고, 미국이민 생활을 통해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거 같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준비없이 이민을 와서 처음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데, 대학입학 증서를 받고, 어머니 생신에 맞추어 떠난 여행이 이제 보면 나에게는 첫 이민 생활의 시작이 된 듯하다. 그 기간 부모님이 마음고생하신 일이 후에 어머니와 이야기를 듣다보면 알 듯하다. 그 후 20여년이 흘렀다. 처음 시작 때 계획 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남가주, 북가주, 오레곤, 와싱튼 그리고 브리티시 콜럼비아에 이르기 까지 3개국 해안 도로를 달려봤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그 이야기를 "Crossroads: Coastline"에 적어 보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직은 어머니가 병석에 계셔서 솔직히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이어가야할 지 생각이 들지 않은데, 어머니를 볼 때마다 귓속에 "건강하세요. 꼭 좋은 날이 또 올거예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시길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Beyond the Pasture"라는 가제의 여행기는 숲, 개울 그리고 협곡 등의 이야기를 담아가고 있고, "City Skyline"이라는 가제의 여행기에서는 그간 방문했던 이야기를 적어보고 앞으로의 이야기도 더하려 한다. 여행기를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아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